간만에 게으름 없이 일찍 움직이는 날이다. 물론 일어나는 것도 꾸준히 일찍 일어나는 중이지만, 적당히 게으름을 부리다가 9시 즈음해서 나오던 11일간이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아침에 일찍 나오니 7시 30분 정도 되었다. 타이완 하면 가게에서 아침 조식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는데, 실제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빠르게 체크아웃아고 오늘부터 2박 묵을 호텔로 오니 8시 경. 나를 위한 포상이라 생각하고 잡은 (나름) 비싼 호텔이긴 하다. 전망이 좋은 것 외엔 사실 평범한 호텔인 듯 한데, 과연 어떨지. 뭐 그래도 일단 가방 보관이 가능하니, 그걸 믿고 오늘은 가방 하나 들고 멀리 가보도록 하자.
일정 계획은 다음과 같다. 예류지질공원 - 228국가기념관 - 국립역사박물관. 예류지질공원 왕복에만 2시간 30분 정도 잡아야 하니, 뭘 많이 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에 가볍게 잡았다.
가방도 맡겼겠다, 예류지질공원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찾았다. 타이페이 역에서는 1815번 하나가 운행하고 있는데, 거리야 25km 정도밖에 안된다지만 일반 자차로도 4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20분은 버스로 가야 한다. 게다가 지질공원이 있는 예류마을 행정관(행복센터)에서 내리고 7분여는 더 걸어가야 한다. 그래도 별 수 있나. 홀로여행객의 컨셉에 맞게 버스로 향했다. 다행히도 버스 줄 맨 앞이라 앞자리에서 어지럼 없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그런데ㅡ 뒤에 빈자리가 있어도 가족단위가 아닌 이상 모두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딘가 낯선 이 옆에 앉아야 하는 사람들이 내 옆으로는 오지 않더라. 맨앞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덩치 큰 아저씨 옆 자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을까. 알 수 없지만 괜히 의식하게 되더라.





예류지질공원은 다른것보다도 저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머리 보러 많은 사람들이 간다. 내 기준으로도 바다는 오키나와-가오슝 지나며 원없이 봤으니 굳이 예류지질공원에서 바다는 의미 없고, 저 여왕의 머리가 가장 흥미로운 장소였다. 그래서였는지, 행로를 잘못짰다.. 1구역 -> 2구역 순으로 넘어가서 여왕의 머리를 봤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냥 무작정 사람들 가는 대로 2구역으로 들어간 것;; 물론 뭘 먼저 보느냐는 상관없기는 하다. 중간에 의인기념상을 지나 사진 기준 18번쪽으로 크게 한바퀴 돌면 바다와 함께 몇몇 주요 바위들을 볼 수 있다.




여왕머리와 그 외 여러 바위들(거북이 모양도 있었다 ㅎ 이쁘더라)을 보고 나니, 어차피 많이 걸을 것을 각오하고 왔으니 저 뒤에까지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3구역으로 넘어가봤다. 그러나, 중간 쯤에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데..


3구역 끝으로 가니 나 말고 유럽쪽 팀으로 있는 4명이 쉬고 있었다. 그 중 브라질이란 명찰을 차고 있던 이가 나에게 와서 사진 한장 찍어주겠다는 것 아닌가. 자기들은 4명이지만 너는 혼자 왔으니 사진 찍어준다는 호의를 보이기에, 감사히 받았다. (다만 그들이 찍어준 사진 구도는 영 별로였다 ^^;;; 그래도 호의에는 감사하자.) 아는 포르투갈 어가 마침 Obrigado여서 썼더니 서로 반가워 하며 뭐라고 말을 해주던데, 못알아들었다 ㅜㅜ 새삼 다양한 언어를 많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먼저 떠나고, 나도 좀 더 경관을 둘러보고나서 떠났다.



3구역을 보고나서 1구역을 향하니 혹시나 했던 빗방울이 조금 날리더라. 물론 오늘은 비온다는 예보가 사라지고 내일 비온다고 했지만, 어쨌든 바닷가다보니 혹시나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구역은 간단히만 보고 다시 타이페이 시내로 돌아가려고 구글 지도를 열고 경로를 보니 빨리 가려면 왔던 곳과 다른 곳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는 것 아닌가. 혹시나 싶어 그곳으로 가봤는데, 1분 전에 이미 버스는 떠났더라. 거참, 뭘 해도 이런 운은 정말 따르지 않는다 싶었다. 결국 원래 내렸던 곳으로 돌아가니 11시 40분 정도 되었고, 마침 돌아가는 버스가 딱 맞춰 왔다. 전화위복! ㅎ 1815번 버스는 돌아가는 길에 환승할 이유도 없으니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돌아갈 때엔 자리가 없어선지 건장한 청년이 내 옆에 앉아서 갔다. 역시 예류 갈때의 고민은 그냥 자리 여유가 어디에 있느냐 문제였던 것으로..)
타이페이역에 돌아와 오늘 일정 계획에 있는 중정기념당과 국립역사박물관 사이의 남문시장 옆 가게에 향했다. 회전률이 어마어마한 가게였고 2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물론 합석이었지만 그게 어디인가, 타이완인데 ㅎ. 가게는 QR코드로 주문 가능한 나름 최신식 노포였고, 덕분에 편하게 동파육 덮밥과 채소데침을 주문하여 먹고 길을 떠났다.
먼저 찾은 곳은 228 국립기념관. 이건 8년 전 타이페이 왔을 때 모르고 못봤던 기념관이었다. 찾기 어렵지 않았고, 다른 전시와 달리 국가기념관으로서 보편성을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무료 전시로서 건물 2층에 상설전시와 특별전시가 있었다. 상설전은 228 사건에 대한 보편적 설명을 담고 있었고, 특별전시로서 ‘연평학원’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정작 상설전시 사진은 거의 못찍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러 지역에서 희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는 가족을 숨기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었는데..




228 전시관을 보고 나서 근처에 있는 국립역사박물관에 향했다. 정확히는 국립대만예술교육관을 잠깐 들려보고 길을 찾다가 구글 지도를 믿지 않고 막 가다보니 타이베이 식물원을 한바퀴 돌았다.;;; 타인과 함께 여행하는 중이었다면 한 소리 들었을 행보.. 정말 난 왜이러나 싶다 ㅋㅋ;;
국립역사박물관은 이전에도 와봤지만, 올 때마다 새롭다. 실제로 새로운 전시가 진행중이었던데, 미술품 전시인데다 입장료가 유독 너무 쎄다는 생각이 들어 상설전만 봤다.;;





이를 다 둘러보고 나니 시간도 4시를 넘었다. 기념품샵에서 괜찮은 마그넷이 있는지 보러 가서 두어개 샀는데, 직원분께서 영어로 응대해주시고는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South korea, 한궈~’라고 답했더니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셔요~’라고 90도 인사를 하시는 것 아닌가 ㄷㄷ.. 바로 ’셰셰, Thank you very much‘를 외쳤던 것은 해프닝 아닌 해프닝 ^^;;
박물관을 나와 중정기념관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 볼 생각보다는, 8년전에 왔던 곳 중에 가장 기억에 나는 장소였기에 지나가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역시, 여긴 거의 변한 것이 없었다.


변한것이 없다는 건 때론 안정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중정기념당이 그랬다. 내부야 뭐 굳이 예전에 봤는데 또 볼 필요까진 없다(+저 계단을 굳이 다시 오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가고자 했다. 가는길에 중화민국 총통부 건물은 이번에 다시 가볼걸 그랬나 생각은 들었다. 이전엔 차이잉원 시절이었고, 지금은 라이칭더 시절이니 뭔가 변화가 있을 것도 같아서 ^^;;. 하지만 그냥 지나치고 가는 길에 타이페이시립제일여자고등학교가 있더라.

학교를 지나 얼마 안가 숙소를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타이페이는 계획을 거의 세우지 않고 돌아다녔다 보니, 다음 날 계획을 들어와서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다음날인 월요일 비가 오기는 하지만 저녁부터 온다기에, 그래 차라리 절대 안갈 것 같던 곳을 가보자는 생각으로 샹산을 가보려고 한다. 그러고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엔 타이완에 와있다는 8년 전 제자를 보러 간다.
이젠 정말 여행의 끝을 마주하고 있다. 돌아가는 것이 걱정된다. 이제 또 고생하게 될텐데, 굳이 아는 고생을 해야하나 싶기도… ㅜ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119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14일차 - 타이완 타이베이 (2) | 2026.01.19 |
|---|---|
| 0117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12일차 - 타이완 타이베이 (1) | 2026.01.17 |
| 0116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11일차 - 타이완 창화 (1) | 2026.01.17 |
| 0115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10일차 - 타이완 타이난 (1) | 2026.01.16 |
| 0114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9일차 - 타이완 타이난 (1) | 2026.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