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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0118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13일차 - 타이완 타이베이 (그래도 여러가지 감사한 날)

by hiStoryshun 2026. 1. 19.

간만에 게으름 없이 일찍 움직이는 날이다. 물론 일어나는 것도 꾸준히 일찍 일어나는 중이지만, 적당히 게으름을 부리다가 9시 즈음해서 나오던 11일간이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아침에 일찍 나오니 7시 30분 정도 되었다. 타이완 하면 가게에서 아침 조식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는데, 실제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빠르게 체크아웃아고 오늘부터 2박 묵을 호텔로 오니 8시 경. 나를 위한 포상이라 생각하고 잡은 (나름) 비싼 호텔이긴 하다. 전망이 좋은 것 외엔 사실 평범한 호텔인 듯 한데, 과연 어떨지. 뭐 그래도 일단 가방 보관이 가능하니, 그걸 믿고 오늘은 가방 하나 들고 멀리 가보도록 하자.
일정 계획은 다음과 같다. 예류지질공원 - 228국가기념관 - 국립역사박물관. 예류지질공원 왕복에만 2시간 30분 정도 잡아야 하니, 뭘 많이 하기도 어렵다는 생각에 가볍게 잡았다.
가방도 맡겼겠다, 예류지질공원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찾았다. 타이페이 역에서는 1815번 하나가 운행하고 있는데, 거리야 25km 정도밖에 안된다지만 일반 자차로도 4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20분은 버스로 가야 한다. 게다가 지질공원이 있는 예류마을 행정관(행복센터)에서 내리고 7분여는 더 걸어가야 한다. 그래도 별 수 있나. 홀로여행객의 컨셉에 맞게 버스로 향했다. 다행히도 버스 줄 맨 앞이라 앞자리에서 어지럼 없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그런데ㅡ 뒤에 빈자리가 있어도 가족단위가 아닌 이상 모두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는데 어딘가 낯선 이 옆에 앉아야 하는 사람들이 내 옆으로는 오지 않더라. 맨앞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덩치 큰 아저씨 옆 자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을까. 알 수 없지만 괜히 의식하게 되더라.

도착하고나서야 버스를 찍었다. 왼쪽 아래의 SK OIL이 눈에 띈다. 1815 버스 중간의 정류장은 많지만 사실상 예류지질공원 원툴 버스다.
마을 항구 근처의 카페.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온다더니, 그런 것 같더라.
바다 옆 마을이니 여신 마조를 모시는 사원일 것 같다. 도교의 영역이라고 해야할지, 민간신앙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타이완은 정말 사원이 많다.
예류지질공원. 한국인들 1/3, 인도네시아(추정)인들 1/3, 중국계 1/6, 그외 나머지 같은 느낌이다. 다 차치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입장료만도 하루에 (우리기준) 몇천만원 단위는 되지 않을까.
안내도. 사람들은 보통 저 2구까지만 간다.

예류지질공원은 다른것보다도 저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머리 보러 많은 사람들이 간다. 내 기준으로도 바다는 오키나와-가오슝 지나며 원없이 봤으니 굳이 예류지질공원에서 바다는 의미 없고, 저 여왕의 머리가 가장 흥미로운 장소였다. 그래서였는지, 행로를 잘못짰다.. 1구역 -> 2구역 순으로 넘어가서 여왕의 머리를 봤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냥 무작정 사람들 가는 대로 2구역으로 들어간 것;; 물론 뭘 먼저 보느냐는 상관없기는 하다. 중간에 의인기념상을 지나 사진 기준 18번쪽으로 크게 한바퀴 돌면 바다와 함께 몇몇 주요 바위들을 볼 수 있다.

여왕두2 라고. 가는 길에 매년 머리의 풍화 정도를 묘사해 둔 설명글이 있었기에, 이걸 만들어둔 것도 나름 이해는 갔다.
예류에 놀러온 학생을 구하려다 함께 휩쓸린 의인상이라고. 여기를 지나면 본격 우리가 아는 여왕머리와 그 외의 바위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제일 유명한 여왕머리바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공식 루트 말고 뒷쪽에서도 많이들 찍는다. 물론 뒤에서 찍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인.
뭐… 나도 그 중 하나였긴 하지만 말이지요..

여왕머리와 그 외 여러 바위들(거북이 모양도 있었다 ㅎ 이쁘더라)을 보고 나니, 어차피 많이 걸을 것을 각오하고 왔으니 저 뒤에까지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3구역으로 넘어가봤다. 그러나, 중간 쯤에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데..

3구역의 시작점 :) 새 옆모습 같은 모양의 바위다.
5/6 정도 왔을때의 종착지 모습. 대략 8층 높이의 산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갔다. 나중에 보니 1.2km 정도 등산한 셈이더라.

3구역 끝으로 가니 나 말고 유럽쪽 팀으로 있는 4명이 쉬고 있었다. 그 중 브라질이란 명찰을 차고 있던 이가 나에게 와서 사진 한장 찍어주겠다는 것 아닌가. 자기들은 4명이지만 너는 혼자 왔으니 사진 찍어준다는 호의를 보이기에, 감사히 받았다. (다만 그들이 찍어준 사진 구도는 영 별로였다 ^^;;; 그래도 호의에는 감사하자.) 아는 포르투갈 어가 마침 Obrigado여서 썼더니 서로 반가워 하며 뭐라고 말을 해주던데, 못알아들었다 ㅜㅜ 새삼 다양한 언어를 많이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먼저 떠나고, 나도 좀 더 경관을 둘러보고나서 떠났다.

나름 멀리 왔다. 허헣 그래도 입구부터 40분 정도 걸어온 셈.
전망대에서 보이는 전경. 날이 맑지 않아서 다 안보이긴 해도, 덕분에 덥지 않게 올 수 있었다.
3구역이 뭐 없기는 해도, 등산 및 산책로라고 생각하면 너무 좋은 길이다. 다만 등산임을 감안하고 가야한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인도네시아(추정) 청년이 ‘How many times to top?’ ‘7 Min :)’이라고 문답도 나눴던 기억이 생생하다 ㅎ

3구역을 보고나서 1구역을 향하니 혹시나 했던 빗방울이 조금 날리더라. 물론 오늘은 비온다는 예보가 사라지고 내일 비온다고 했지만, 어쨌든 바닷가다보니 혹시나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구역은 간단히만 보고 다시 타이페이 시내로 돌아가려고 구글 지도를 열고 경로를 보니 빨리 가려면 왔던 곳과 다른 곳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는 것 아닌가. 혹시나 싶어 그곳으로 가봤는데, 1분 전에 이미 버스는 떠났더라. 거참, 뭘 해도 이런 운은 정말 따르지 않는다 싶었다. 결국 원래 내렸던 곳으로 돌아가니 11시 40분 정도 되었고, 마침 돌아가는 버스가 딱 맞춰 왔다. 전화위복! ㅎ 1815번 버스는 돌아가는 길에 환승할 이유도 없으니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돌아갈 때엔 자리가 없어선지 건장한 청년이 내 옆에 앉아서 갔다. 역시 예류 갈때의 고민은 그냥 자리 여유가 어디에 있느냐 문제였던 것으로..)
타이페이역에 돌아와 오늘 일정 계획에 있는 중정기념당과 국립역사박물관 사이의 남문시장 옆 가게에 향했다. 회전률이 어마어마한 가게였고 2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물론 합석이었지만 그게 어디인가, 타이완인데 ㅎ. 가게는 QR코드로 주문 가능한 나름 최신식 노포였고, 덕분에 편하게 동파육 덮밥과 채소데침을 주문하여 먹고 길을 떠났다.
먼저 찾은 곳은 228 국립기념관. 이건 8년 전 타이페이 왔을 때 모르고 못봤던 기념관이었다. 찾기 어렵지 않았고, 다른 전시와 달리 국가기념관으로서 보편성을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무료 전시로서 건물 2층에 상설전시와 특별전시가 있었다. 상설전은 228 사건에 대한 보편적 설명을 담고 있었고, 특별전시로서 ‘연평학원’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228 국가기념관 후면 전경. 입구는 반대편이다.
입구 앞.

정작 상설전시 사진은 거의 못찍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러 지역에서 희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는 가족을 숨기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었는데..

이거다. 벽에 벽을 하나 더 만들어두고, 계속 시위 참여자를 찾는 경찰 등의 눈을 피해 숨겼다. 공간은 몸을 간신히 눕힐 수 있을 정도. 식사 생리현상 모두 해결을 저 사이에서 했다고 한다. 감옥만 아닐 뿐 감옥과 같은 공간에 숨어야만 했던 것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한편으로, 특별전으로서 ‘사건 가운데의 연평학원‘ 전시가 진행중이었다. 타이난에서 봤던 그 ’연평‘에서 따온 것 맞다.
다른 사람들이 더 중요해 보이긴 한데, 내 기준은 이 사람 무봉임씨 임헌당의 역할도 컸다. 타이완 본성인들의 중심에 있을 수 있던 인물이기 때문.
처음엔 사립대학으로 시작했으나, 228 이후 탄압받고 결국 중등학교 교육으로나마 명맥을 이어갔다고 한다.

228 전시관을 보고 나서 근처에 있는 국립역사박물관에 향했다. 정확히는 국립대만예술교육관을 잠깐 들려보고 길을 찾다가 구글 지도를 믿지 않고 막 가다보니 타이베이 식물원을 한바퀴 돌았다.;;; 타인과 함께 여행하는 중이었다면 한 소리 들었을 행보.. 정말 난 왜이러나 싶다 ㅋㅋ;;
국립역사박물관은 이전에도 와봤지만, 올 때마다 새롭다. 실제로 새로운 전시가 진행중이었던데, 미술품 전시인데다 입장료가 유독 너무 쎄다는 생각이 들어 상설전만 봤다.;;

생각외로 인상깊었던 전시. 매우 현대적 감각으로 동양화를 그렸던 사람에 대한 전시였다.
잘 그렸기도 했는데, 색감도 좋고 이를 디지털화한 전시였다. 새삼 미술 세계의 역동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아래에서 진행중인 상설전의 당삼채.
춘추시대 제기로 사용된 청동제 정(삼발이 그릇)이다. 4천년 전의 물건 ㄷㄷ
요나라 시대의 그릇이다. 이번에 알게된 사실인데 요나라 시대의 그릇에 칠해진 녹색이 매우 매력적이다.


이를 다 둘러보고 나니 시간도 4시를 넘었다. 기념품샵에서 괜찮은 마그넷이 있는지 보러 가서 두어개 샀는데, 직원분께서 영어로 응대해주시고는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South korea, 한궈~’라고 답했더니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셔요~’라고 90도 인사를 하시는 것 아닌가 ㄷㄷ.. 바로 ’셰셰, Thank you very much‘를 외쳤던 것은 해프닝 아닌 해프닝 ^^;;
박물관을 나와 중정기념관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 볼 생각보다는, 8년전에 왔던 곳 중에 가장 기억에 나는 장소였기에 지나가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역시, 여긴 거의 변한 것이 없었다.

중정기념당 앞의 통로. 오늘따라 유독 타이페이에 인도네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여기에도 정말 많았다.
저 사람들 중 과장 보태서 1/2는 인도네시아 관광객인가 싶더라.

변한것이 없다는 건 때론 안정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중정기념당이 그랬다. 내부야 뭐 굳이 예전에 봤는데 또 볼 필요까진 없다(+저 계단을 굳이 다시 오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가고자 했다. 가는길에 중화민국 총통부 건물은 이번에 다시 가볼걸 그랬나 생각은 들었다. 이전엔 차이잉원 시절이었고, 지금은 라이칭더 시절이니 뭔가 변화가 있을 것도 같아서 ^^;;. 하지만 그냥 지나치고 가는 길에 타이페이시립제일여자고등학교가 있더라.

사람들이 많이들 몰리길래 뭔가 했더니 그렇다. 여기도 한국의 수능과 같은 시험 고사장이었던 것이다.. 나 외엔 학교를 가볼 여행객이 있기나 하겠나… 허허

학교를 지나 얼마 안가 숙소를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다. 타이페이는 계획을 거의 세우지 않고 돌아다녔다 보니, 다음 날 계획을 들어와서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다음날인 월요일 비가 오기는 하지만 저녁부터 온다기에, 그래 차라리 절대 안갈 것 같던 곳을 가보자는 생각으로 샹산을 가보려고 한다. 그러고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엔 타이완에 와있다는 8년 전 제자를 보러 간다.
이젠 정말 여행의 끝을 마주하고 있다. 돌아가는 것이 걱정된다. 이제 또 고생하게 될텐데, 굳이 아는 고생을 해야하나 싶기도…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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