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6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11일차 - 타이완 창화
타이완에 와서는 호스텔이 아닌 개인 방이 있는 호텔에서 묵고 있는데, 생각보다 아침에 잘 깬다. 물론 아침에 적당히 게으름을 부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침에 일찍 깨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한국에 있을 때 25년 하반기만 해도 출근을 위해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이 고역이었는데. 매일같이 2만보 이상은 걸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타이난과 가오슝을 다니며 느끼는 점인데, 일본만 해도 어딜 가든 비데가 있는데 타이완은 그렇지 않다. 타이베이는 가야 숙소에서 비데를 만날 수 있는 것 같더라. 물론 비데가 없다고 해서 화장실 못가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비데에 내가 너무 익숙해졌구나 싶다. 뭐든지 ‘한번도 안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있듯, 비데는 정말 어마어마한 발명품은 맞는 것 같다.
뜬금 없는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제 타이난을 뜬다. 구 대만부청이 있었던, 대만 고도라는 느낌의 도시, 그래서 경주 같은 느낌도 있던 도시. 그러나 생각보다 돌아다니기 편하지는 않던 도시다.
9시 53분의 기차를 타기 위해 여유있게 9시에 나왔는데, 호텔을 떠나면서 동전 지갑을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망했다를 외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갔는데, 알고보니 가방의 여권 두던 곳에 같이 뒀던 것 아닌가… 이런 작은 해프닝을 뒤로 하고 타이난을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창화. 굳이 타이중이 아닌 창화였던 이유는 두가지 있는데 타이중 창화는 둘 거리가 기차로 30분 안쪽이라는 것이 하나, 타이중은 정말 볼 것이 없다는 이유 하나다. 물론 창화에 비해서 타이중은 도심이고 돌아다니다보면 볼 거리도 있겠지만, 타이중도 시 외곽을 가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다음날 타이베이를 꼭 가야만 보고자 했던 전시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창화를 안보면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이 여행의 부목표가 ‘영화 속 장소들을 찾아가자‘였기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이하 그시절) 영화의 주 촬영지였던 창화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었다. 타이중은 언젠가, 누군가와 다시 오게되면 그 때 좀 더 자세히 보는 걸로 하였다. 그렇게 타이난 역에서 1시간 반정도 걸려 창화 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 계획한 일정은 다음과 같다. 창화 기관차고 - 阿璋肉圓 - 팔괘산 - 징청고교 - 타이중 숙소 행.

창화 도착하자마자 여기에서도 또 문제가 여러개 생겼는데, 먼저 창화 시는 유바이크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다른 Moovo라는 공유자전거 어플을 다운 받아서 활용하면 이동에 어려움은 없지만, 문제는 이 Moovo는 중국어 90% 기반이라 사용이 쉽지는 않다는 것.. 심지어 한국 쪽 웹에서 사용 후기를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사용 자체는 자기 정보 등록하고, 결제에 사용할 신용카드 입력해두면 문제 없이 쓸 수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생각해보니 창화 시는 굳이 Moovo를 쓰지 않아도 되는 관광지이기도 했다. 멀리 가봐야 징청고교 정도인데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기는 해서.. 다른 문제는 아래에서 다시 쓰도록 하겠다.
11시 30분 넘어 창화 시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볼 만한 것은 역 바로 옆의 기관차고. 그런데 하필 금요일은 13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팔괘산 먼저 가보기로 했다. 대불로 유명하기도 하고, 영화 그시절에도 나왔던 장소이기도 하다. 코인락커 보관함이 모두 차있기에, 역 구석에 있는 물건보관소로 가서 캐리어를 보관했다. 코인락커가 NT$70이지만, 물건보관소는 NT$80. 심지어 언제고 찾을 수 있는 장소는 아니라서 불편했지만, 아쉬운자가 숙이고 가야한다. 덕분에 너무 늦게까지 창화시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 ^^;;;(16시 반까지 보관물건을 찾지 않으면 18시 이후에나 찾을 수 있는 구조라서..)


팔괘산 대불과 함께 뒤에 있는 것이 팔괘산 대불사인데, 이 대불사가 꽤 비범하다. 물론 올라오는 길이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저 대불 뒤에 있는 사원 건물에서 모시는 인물들이 하나가 아니다.




팔괘산을 둘러보고 주변에 뭐 있을까 구글지도를 찾아보니 내려오는 길에 1895 팔괘산항일사적관이 있길래 찾아가봤다. 시점상 일본의 타이완 침략 시기와도 겹치다보니 이 동네에 뭐가 있었나 궁금하기도 하여 찾아보았다.

전시를 보고 기차 역쪽으로 향하는 길을 쭉 걸어가다 보니, 드디어 그시절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로우위엔(바완) 맛집 아장로우위엔이 나오더라. 사람들이 항상 많아서 오래기다려야한다고들 하는데, 평일 점심 1시 30분즈음에 찾아가서 그런가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많이 기다리지는 않았다.



로우위엔을 먹고 나니 적당히 기운도 나겠다, 시간도 14시를 지나고 있으니 창화 기관차고로 향했다. 중간에 살짝 길을 헤맸지만 시간 여유도 있으니 굳이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산책을 겸하며 창화 역 근처를 둘러보았다.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조치원 역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는게, 역 입구 쪽은 번화가인데, 반대편은 조용하다.



기관차를 둘러보고는 나왔다. 날이 맑거나, 사람들이 좀 적었다면 사진 찍는 재미도 있고 천처히 분위기를 즐겨봤을 것 같은데 무슨 난리 북새통마냥 정신없이 시끄러워서 딱히 뭘 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 어쩌면, 내가 여행이라는 것에 물린 것인가 생각도 들 만큼.

그렇게 기관차고를 둘러보고, 마지막 일정으로 변경된 그시절 영화의 중심 사립징청고교로 향했다. 창화 역에서 거리가 2km 정도 되는데, Moovo로 대여한 자전거를 타고 가면 생각보다 금방(15분) 도착했다. 창화 시에서 나름 알아주는 명문고라 그런지, 학교 벽에 중-고 졸업생들의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성적과 대입 실적을 게시해 두고 있더라. 어쨌든 내 목적은 내부를 들어가 보는 것. 이를 위해 경비실을 들렸는데..




이때는 몰랐는데, 교직원의 설명으론 내가 못들어가는 이유가 학생들에게 큰 시험이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고 영어로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그냥 학교 차원의 뭔가 행사가 있나 싶었다. (근데 이 시험이 단순 학교 차원의 시험은 아니었다는 것… 허허) 아쉽지만 이렇게 학교 모습을 눈에 담고, 창화시를 마무리 하며 타이중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창화시에서 타이중의 숙소 까지는 40분 정도 거리. 타이중 시 어디에 숙소를 잡을까 고민하다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류고인 웬화(문화, 文華)고중 근처로 잡았다. 가는 길에 느낀건데, 타이중은 생각보다 ‘문文’자를 쓰는 장소들이 많이 보이더라. 이유가 있겠지 하며 목적지 정류장인 문화고중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숙소 체크인 후 바로 학교 내부에 들어가보려고 돌아다녔는데, 아니나 다를까 징청고교에서처럼 웬화고중에서도 경비실에서 막는 것이 아닌가. 이유가 있긴 했다….

그렇다. 내일부터 우리로 치면 수능인 학과능력측험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우리도 수능 전날 학교 들어오는 건 말도 안되는데, 타이완이라고 다르겠는가. 정말, 이번 여행의 일정은 여러가지로 꼬였다면 꼬였다.;;; 나중에 언젠가 여기를 올 지는 모르지만, 국제교류 기회가 된다면 와보고 싶은 학교다. 편하게 학교 체계를 물어보기 좋을 것 같고, 여러가지로 신기한 모습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 기간 어설픈 점도 있지만 나름 뭘 해야겠다는 계획을 잘 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긴 했다. 하지만 오늘만큼 계획의 구멍이 컸던 건 없다는 생각은 든다. 내일은 타이페이행. 8년 전 타이베이에서 휴관일이라 관람하지 못했던 박물관을 찾아간다. 그리고 타이페이를 끝으로, 여행도 마무리. 현실로 돌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