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0113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8일차 - 타이완 가오슝

hiStoryshun 2026. 1. 14. 23:11

묵은 숙소는 창고를 개조한 공간이지만, 그래도 나름 넓은 호스텔 공간이기에 편하게 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었다.
KW2 Hostel, 솔직히 추천할 만 하다. 단, 최대 2박3일로 + 전망은 항구쪽인 것을 전제로. 시설이나 이런건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주변에 뭐가 있는건 아니라서 조금은 심심하다. 특히 보얼 예술 특구 지역을 관람하는 시간대가 좀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위치. 물론,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왔다면 여기 장소는 매우 매력적인건 분명하다.

배정되었던 방. 1/3은 그냥 저런 배경의, 2/3은 바닷가 전망의 방이다. 나는 낙첨된 셈.
석양 무렵의 숙소 앞에서의 전망. 이거 하나로 여기 숙소에 묵는 값을 한다.

숙소에서 대략 지도를 살펴보니 러닝하기 좋은 코스를 짤 수 있겠더라. 실제로 오전 오후 할 것 없이 상당수의 사람들이 러닝하러 항구 쪽으로 코스를 짠 듯 했다. 그렇게 가볍게 아침 러닝 30분 하고 일정에 나섰다.

오늘 일정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가오슝시립역사박물관 - 가오슝한국학교 - 가오슝시립미술관 - 줘잉 구 연지호 용호탑 - 장미성모성전주교좌성당. 물론 여기서 일부 변주는 주었다.

가오슝을 돌아다닐 계획을 하고 고민한 것이, U-bike를 활용하느냐, 아니면 전기스쿠터를 대여하느냐였다. U-bike는 타이완 전화번호가 없을 시엔 보증금만도 NT$3000를 예치후 (물론 나중에 환급은 받는다) 사용해야 했고, 내가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던 것도 있었다. 전기스쿠터는 그에 반해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메리트가 있었고. 고민이 들었기에 Perplexity를 활용해 비교 후 U-bike를 활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지카드에 예치해 둔 금액만도 적지 않았기에 U-bike 그냥 써보기로 했다. 그래서, 타이완 내의 이동은 공유 자전거 활용이 늘어날 예정이다.
그래서 공유자전거를 타고 숙소 근처 빨래방에 세탁물을 맡기고 가오슝시립역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숙소 근처에 있었던 屋里吉自助洗衣店. 부부가 운영하시는데, 여사장님이 한국분이셨다. 다른 무엇보다, 이용 만족도가 높다. 구글 지도에 올라온 여러 후기 참조 권유.
가오슝시립역사박물관 전경. 위치도 그렇고, 건물 모양도 일제시기 만들어진 청사 건물을 재활용한 느낌이다. 실제로 시청사 건물이었다고.

가오슝 시립 역사박물관은 규모가 커다랗지는 않지만, 나름 가오슝 시에 대해 주제 중심으로 설명을 잘 해 두었다. 특히 가오슝 시에 대해 역사-수자원-항만-철도 로 주제를 잡고 시간의 흐름대로 전시 기획을 해 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전시 배치였다. 번역기를 쓰지 않으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외국어 사용자에게 불친절한 전시 설명은 아쉬웠지만 뭐 어쩌랴. 어차피 역사 공부하던 사람이 관련 내용을 보고 대충 내용을 짐작하는 데엔 어렵지 않았으니 되었다 싶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방면 역사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뭔 소린지 배경 지식 없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 2층은 가오슝 시의 다양성에 대한 전시와 함께 228 사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228 0306. 가오슝에선 1947년 3월 6일이 228 사건 관련일이라서 저렇게 쓰인 것 같다.

가오슝이란 도시 자체가 일본제국 통치기에 성장했다보니 타이완 내에서도 상당한 왜색이 짙었을 것이고, 본성인들 보다는 객가 등 외성인들이 많이 모이던 곳이었다보니 국민정부 입장에서야 가장 부담스런 도시가 가오슝이기는 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당시 국민정부 측에서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가오슝 포함)는 말살 대상으로서 바라본 것 같았다. 시위를 평화롭게 마무리하려 나섰던 시민 유력자들의 노력도 무색하게 국민정부군은 학살했고, 날것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이러니 가오슝이 반국민당 정서가 없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한 도시라는 느낌이려나.
이어서 찾은 곳은 까오숑한국학교. 그냥 궁금했다. 타이완 지역은 한국학교가 오로지 초등교육에 한정해서 활동하고 있기에 내가 근무할 가능성 자체가 없긴 하지만 바로 옆에 한인 교회도 있기에 생각보다 꽤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여기 또한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장소는 아닌 듯 하나, 수업 시간 도중에 찾은데다 한국처럼 배움터지킴이 분이 계신것 같지는 않아 외부 건물만 간단히 보고 왔다.

까오숑 한국학교 전경. 운동장은 매우 작다. 정말 작다. 체육관도 작은 편.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을 여기서 접했다. 확실히, 1970년대 이전까지 타이완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외교 상대이긴 했었던데다, 김신이라는 인물의 약력을 생각하면 납득은 간다.
학교 행사 및 주간수업계획 소개. 이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

까오숑한국학교를 나와 향한 곳은 가오슝 시립 미술관. 가오슝도 뭔가 보려면 외부로 나가야 해서 선택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가오슝의 주요 전철 중 하나인 그린 라인으로 접근하기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술관은 현대미술 중심의 전시였기에, 작품에 부기된 설명을 몰라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세상이 좋아져서 번역 앱의 촬영기능을 활용해서 쉽게 볼 수 있기는 하다!)

미술관 전시 공간 중 일부. 가장 재밌었던 것은 가오슝의 주요 건물을 설계한 사람에 대한 소개. 우리로 치면 김수근 같은 느낌도 살짝 있더라.

미술관을 나오니 13시. 점심을 간단히 챙겨먹고, 용호루를 향했다. 정확히는 연지(蓮池)담 근처를 찾았다. 용호루는 워낙 유명하여 가오슝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 가겠다는 선택은 빨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접근성이 좋지는 않았다. 특히나 미술관 근처에서는 버스로 가는 것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고 구글 지도가 설명하길래 이를 따르고자 했다. 그러나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한국 버스 운송과는 달리 타이완의 버스 체계는 차간 배차 시간이 생각보다 긴데다, 안내 시스템은 제 시간을 따라주지 않았다. 하… 결국 예상 시간보다 10분 이상 지체되는 빡침이 있었다.

그래도 용호루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구글 지도가 타이완에서는 진리다 진리.
용호루에서 바라본 반대편. 생각보다 저런 도교 사원들도 번화가 등지에서 꽤 많이 보이는 것이 타이완 특징.

용호루는 가오슝을 방문한다면 모두가 갈 터이니 따로 후기를 남기지는 않는다. 사실 뭘 기대하고 올라가지 않았고, 실제로 뭐가 엄청 있는 것도 아니라서 랜드마크 찍었다 정도로 봤었다. 이어서는 가오슝 공자묘로 향했다. 향하는 길엔 정말 많은 도교 사원들(마조, 관우 등등..)을 마주하여, 신기하기도 했다. 오만가지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 그래서 다양성이 자연스러운 나라 타이완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가오슝 공자묘의 귤성문. 여기부터 공자묘의 영역이라는 건축물이다.
대성전. 개인적으로 경복궁 근정전 같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공자 신위가 정면에 있었고, 사진에 보이는 것은 우리 기준 신위 좌측. 중간에 맹자도 보이지만, 말석의 주희가 오히려 눈에 띈다.
교육과정에 충실했던 것일까. 아악의 악기로서 편경이 눈에 먼저 들어오더라. 반대편엔 편종도 있었다.

공자묘를 나와서 향한 곳은 장미성모성전주교좌성당. 말 그대로 가오슝 천주교 교구의 주교님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 궁금했고, 가오슝 또한 근대 시기 천주교의 영향을 일부 받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 타이완의 자전거 체계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에 끼여서 자전거를 타고 생태원역으로 가는 것 자체가 난관이었고, (타이완 도로 기준) 온갖 역주행과 위법과 합법의 사이 어딘가를 아슬아슬하게 걸친 운전을 이어갔던 것. 설상가상으로 길을 몰라 구글 지도를 켜두고 노이즈캔슬링을 끈 이어폰으로 네비게이션을 듣고 있다보니 5G에 기반한 휴대폰 배터리는 빠르게 소모. 생태원역에서 목적지로 가기 위해 거친 중앙공원 역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이미 28%를 찍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해서 나름의 상징물들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가오슝 중앙공원 역 전경. 생각보다 멋지다. 중앙공원 자체도 매력적이고. 마침 근처의 가오슝여자고등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는 길이라 사람들도 많았다.
가오슝 주교좌 성당 전경.
성당 내부. 뭔가 큰 성당 같은 느낌이지만,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

장미성모성전주교좌성당을 보고 나니 17시. 휴대폰 배터리는 18%. 뭘 더 보기도 그렇고, 성당에서 조금만 더 가면 숙소까지 가는 길은 아침에 러닝 코스로 지났던 곳이기에 그대로 찾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 하게 된다.

p.s.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 했기에 근처를 좀 찾아 돌아다녔다. 완탕면을 찾아 먹고는 바로 옆에 과일가게가 있는데, 구글 지도어플에서 한국인들의 후기 수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겸사겸사 귤이나 사두면 걸어다닐 때 먹기 좋으니 사자는 생각으로 찾았다. 와 ㅎ 정말 사장님들 부부가 친화력이 어마어마하시더라.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물어보시고는 사봐라 싸다 등등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시기도 했고, 석가 과일은 많은 사람들이 사가는지 살 생각 없냐고 먼저 물어보시기도 하는 등 편한 마음으로 과일을 둘러보는 경험이 좋았다. 옌청구의 아옥수과행. 강추 강추.

이제는 가오슝도 마지막이다. 이젠 타이난으로 넘어간다. 철도를 타고 가는데, 한국이라면야 익숙한 철도지만 타이완에서는 예매부터 제대로 되었는지 긴장도 된다. 구글 검색을 믿고 최대한 문제상황 발생하지 않도록 이거 저거 준비를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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