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0109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4일차 - 오키나와 중부

hiStoryshun 2026. 1. 9. 23:21

4일차 아침이 밝았다. 현재까지의 오키나와는 아침에 계속 비가 온다.
그래서인지 매일 아침 쌀쌀한 감은 있다. 그렇지만 날이 맑으면 10월의 가을날씨라 옷 입기 참 어렵더라.

아침 08시 10분 숙소를 나와 일정을 시작했다. 오늘은 오키나와 중부의 역사 지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계획.
나카구스쿠 성 -> 미치노에키 가데나 전망대 -> 자키미 성터 -> 잔파 미사키 -> 만자모 -> 나고 시
물론 저 계획은 생각보다 잘 지켜지진 않았다. 이동시간이 생각보다 짧아 시간이 남아서(…);;

시작은 세계유산 나카구스쿠 성으로 갔다. 가보면 알 수 있는데, 명당은 명당이었다.
다만 여름에 올 곳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그 더운 날씨에 땡볕 아래 전경을 보는 것 이상의 매력은 약하기는 하다.
심지어 입장료도 세계유산이라 500엔을 받는다!! 다행히라면 다행인건 매표소에서 성 정문까지 400m 정도를 무료 운행하는 카트가 있어서 조금 살만하겠다 정도..?

나카구스쿠 성에서 바라본 오키나와 남동부. 섬 자체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웬만한 움직임은 다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북서부 전경. 가데나 지역 앞에까진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명당은 명당.
성은 보수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성(우리로 치면 왜성)처럼 3개의 공간으로 나눠졌고, 각 성의 축석 차이가 눈에 띈다.

이 성을 증축한 인물로 고사마루(護佐丸)라는 인물이 전해진다. 중국식 이름은 모국현(毛國縣)이라고 하는데, 나카구스쿠 말고도 아래에 나올 자키미 성주로서 성의 개축에도 관여하였다고 한다. 그는 모반했다는 모함에 토벌대가 오자 자결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한다. 그의 무덤이 차로 3분 거리의 나카구스쿠 성 근처에 있더라. 그의 무덤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오키나와 전통식 묘제 양식을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도 흥미로운 지점.

고사마루의 무덤. 사키마 미술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긴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는 대략 6층 높이 정도의 계단을 올라와야 한다. 여름엔 정말 못올 동네, 나카구스쿠..

나카구스쿠 성 유적을 보고 나니, 가데나 기지 전망대(미치노에키 가데나)로 이동 계획이었다. 여기 또한 다른 선생님께 추천받아 꼭 가야겠다고 생각한 장소였는데, 전망대 개장 시간이 10시 반이라고 착각하여 가는 길에 다른 곳을 들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찾아보다 류큐팔사 중 하나인 후텐마 신사를 찾았다.

후텐마궁(신사)은 도로 바로 옆에 있다. 그래서 찾아가기는 쉬운데, 입구가 좁아서 주차장에 들어가는 길이 고역이다. 앞의 그림은 매해 바뀐다고.
올해 조심해야 하는 분들 나이는 위와 같답니다.

후텐마궁을 나와 가데나 전망대로 향했다. 가데나 미군 공군기지가 있어서인지 일본보다는 미군의 색채가 강한 도시 풍경이 이어졌다. 분명 일본은 일본인데, 내가 아는 일본이 아닌 것 같은 모습들이 이어졌다. 물론 운전하다보니 기록을 남기지는 못했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가데나 미군 공군기지. 활주로에선 전투기 이착륙도 볼 수 있다. 물론 굉음과 함께. 주민들은 그것이 일상.
전망대가 ㄷ자 모양이라, 이 사진은 ㄷ의 아래쪽이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에게 선호되는 장소는 사진에 찍힌 저 위치.

전망대는 4층에 위치하고 있고, 3층엔 근대 시기 이후 가데나 기지와 주민들의 역사를 간략히 다루고 있다. 미군이 처음 오키나와에 상륙했던 지역이 가데나다 보니 이 곳을 중심으로 미군기지가 형성되었고, 주민들의 삶은 바깥으로 밀려났다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군 주둔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 주민들의 삶은 미군기지와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냉전의 상징이었던 미군기지 지역이 주민들에게 돌아온다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떠할지 등등의 고민을 담고 있었다.
전망대를 보고 점심 먹고나서 식후 운동을 겸하여 자키미 성터로 향했다.

자키미 성터 입구. 들어가 보면 의외로 우리나라 보은의 삼년산성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자키미 성터에서는 오키나와 서부가 잘 보인다.

자키미 성터 공원은 생각보다 넓지 않고, 동산 산책같은 느낌이라 30분이면 휙 돌아보고 올 수 있다. 그야말로 점심 먹고 산책하기 좋은 코스.
자키미성을 둘러보고는 잔파미사키(잔파곶)로 향했다. 잔혹한 파도라는 의미를 가진 곳으로, 파도가 매우 거친 장소이기도 하다. 등대가 있어 전망대로 올라가 볼 수 있고, 바다쪽이 절벽이라 그런지 어디서 둘러보아도 절경이라 좋았다.

잔파미사키 등대. 제주도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등대다. 입장료를 받기에 굳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잔파 미사키 서안의 파도. 사진에는 다 드러나지 않지만 파도가 꽤 거칠다.
잔파미사키 지역에는 1945년 미군 폭격을 피해 사람들이 숨었던 동굴같은 장소가 있다. 노란 표시가 있는 곳이 그 곳들. 하마과라고 부른다.
잔파미사키는 공원이다. 아열대 식생과 방풍림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포인트. 날도 따뜻하여 여기서 러닝하면 할 맛 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잔파미사키와 그 주변에 조성한 공원은 제주도 올레길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날이 워낙 좋다보니 따뜻한 날 산책하는 것도 좋았지만, 제주 올레길과 뭐가 비슷하고 다른지 비교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잔파미사키를 나와 20여분, 만자모에 도착했다. 한국인들이 반드시 여행 코스에 넣는다는데, 나고시로 가는 루트에 있으니 가보자는 생각으로 찾았다.

만자모 입장을 위한 건물. 관광지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만자모의 주요 풍광. 개인적으론 만자모보단 잔파미사키가 더 기억에 남는다.

만자모는 입장료 100엔을 내고 들어가면 된다. 우도 올레길과 같은, 혹은 포르투갈의 호카곶(세상의 끝) 같은 풍광을 경험하게 된다. 길어야 20분 정도의 짧은 거리를 둘러보고, 끝. 공간이 주는 사유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것 없이 관광지로서 소비되기만 하는 모습은 매우 아쉬웠다. 근처 하얏트 등 리조트들이 여럿 있는데(포시즌스 호텔도 신축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잠깐 바람쐬기 좋은 정도의 느낌일 것 같았다.
만자모를 나오니 14시 40분 정도. 지금 바로 나고 시로 들어가게 되면 숙소 체크인도 체크인이지만, 너무 하루를 서둘러 마감하는 것 같았다. 급하게 중간에 가볼만한 곳을 찾아보니 나온 곳은 헬리오스 주조장. 나름 오키나와에서도 럼주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하여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 오키나와 위스키 제작 및 아와모리 술 쿠라로도 유명한 곳이다. 다만 견학이 가능하지만 예약을 해야한다는데, 구글 지도 후기에 당일 예약도 불가하진 않다고 하여 찾아가봤다. 다행히도 당일 견학을 허락해주어 구경할 수 있었다.

각 건물들이 양조장과 창고로 쓰이고 있다.
위스키 등 양주 보관장. 이 창고 안에만 천배럴 이상 보관중이라고..
주조장냥이. 목의 깃이 매력적인 아이다 :)
2000년에 100년 가길 기원하며 술 숙성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가 맛볼 수 있을까..? 일단 자연 증발은 얼마나 되려나??

견학비 500엔을 내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고, 헬리오스에서 만든 술의 시음도 가능하다. 아마 거의 무제한급으로 가능한 것 같은데, 차를 운전하고 있으니 빛 좋은 개살구다 ㅜㅜ. 대신 20년 넘은 술들의 시향이 가능한지 여쭤봤더니 흔쾌히 시켜주셨다. 만든지 얼마 되지 않은 럼주는 향이 별로인데, 20년 이상 숙성한 위스키들은 향만으로도 ‘이야.. 이거 죽이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래서 더더욱 시음을 못한 것이 아쉽다. 숙소에 가서 마시기 위해 ‘쿠라레몬 5%’ 캔만 사 왔는데, 하이볼 느낌이고 괜찮다. 견학을 마치고 4시 넘어서 숙소 체크인. 오늘은 재정비를 위해 할 것이 많아서 여기서 마무리.

4일 지나면서 드는 생각은..
1. 10월에 오키나와를 왔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2. 오키나와는 렌트카로 돌아다니면 좋긴 하다. 그러나 도보로 볼 수 있는 오키나와의 풍광은 더 좋다.
3. 생각보다 오키나와가 엄청 넓고 길거나 하진 않구나ㅡ 5박 6일이면 웬만큼 답사는 다닐 수 있겠다.
4. 너무 오랫만의 여행이라 그런가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적다.

과연 이후엔 어떤 생각이 들런지..?!?
내일은 오키나와 중북부를 돌아다닐 예정이다. 츄라우미가 대표적이지만, 거기 말고도 가볼 곳이 많으니 기대중..!

덧. 하루를 일찍 마무리 하긴 했지만 나고시 해안가를 배경으로 간만에 러닝했다. 평지 러닝은 정말 오랫만이기도 했고, 날도 좋아서 뛰기도 좋았다. 하도 4일 내내 걸어대서 하체가 버텨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버텨주더라. 소소한 행복은 이런데에서도 느껴져서 좋은 하루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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