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7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2일차 - 오키나와 나하
2일차를 쓰기 전, 정말 숙소 이야기를 하고 시작해야한다.
잠을 잔건 맞는데, 선잠을 잔 셈이다. 몇 번이고 깼다. 아마 5번 정도.
춥다는 느낌도 들었고, 타인의 코골이에도 깼고.
정말 숙박 비용만 보고 와야 하는 곳이다. 물론 위치도 나쁘지는 않다 정도.
2일차는 슈리성 인근을 둘러볼 예정이었기에 가장 슈리성 바깥쪽부터 쭉 걸어야지 생각으로 8시 반 경 버스를 타러갔다.
오키나와 현청 앞은 아침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각종 버스 투어의 출발지가 현청 앞인 것 같더라.
대략의 오늘 일정 구상은 다음과 같았다.
현청 앞 -> (2번 버스) 시키나엔 -> 시키나미야 -> 슈리 킨조쵸 이시타다미치 -> 슈리성 -> 오키나와 현립박물관/미술관(오키뮤) -> Sugarloaf 52고지 -> 오리온 호텔 펍
그러나.. 이 일정을 거치며 크게 후회했다. 중간에 슈리성에서 오키뮤 갈 때 만이라도 버스를 탔어야 했다.
심지어 중간중간 다른 곳들을 구경가는 바람에 거리는 더 멀어졌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시키나엔에서 슈리성까지 가는 길은 걸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렌터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슈리성에서 시키나엔으로 오는 행로도 괜찮을 듯.
그러나 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 수요일은 쉬는 날인데 난 수요일에 찾아간 것이다.
(꼭 가야하는 장소들이 해당 요일에 쉬다보니.바꾼 일정들도 있었는데, 여기는 몰랐다..)
시작부터 망조를 느끼고,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 시키나엔은 위치가 약간의 동산이다보니, 근방에 가족묘들이 매우 많이 보였고, 이를 둘러보는 것도 나름의 걷는 매력이 되었다.


시키나미야에 간단히 참배하고, 슈리성을 향하는데 내리막이 나왔다. 그리고 마주한 광경은 장관이었다.

(참고로 위 사진의 왼쪽 지역은 조선 후기 즈음 류큐에 들어온 중국인들이 거주하던 공간이었다고.)
아침도 카레빵 한개 먹은 것이 전부인데 이걸 내려갔다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은 들었지만, 이미 물러설 수 없었다. 심지어 슈리성까지 대중교통으로 직통으로 가는길도 없었다.
걸어서 1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거리이지만, 등산 각이 장난 아니었다.
구글맵을 너무 얕봤다. 2D에서 표현되지 않는 지도로 너무 쉽게 생각했던 나를 탓하며 올라가야지.

섬나라라서 그런가, 제주도의 돌담과도 많이 비교가 되더라. 힘들기는 했지만 나름 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물론 힘들다 보니 비교할 정신도 없다!!)
어찌어찌 오르다 보니 슈리성 입구로 들어왔다. 슈리성 관람을 마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들어간 행로는 쪽문 같은 느낌이더라.





슈리성 자체는 궁전 내부를 볼 수 없다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둘러보게 되었고, 슈리성에서 보이는 나하 시내를 둘러보는 것이 주요 포인트기는 했다.
다만 슈리성 궁전 전소 후 오키나와 및 일본 전국의 사람들이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복원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남아 슈리성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더라.
궁전 주변의 가벽에 복원 과정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전시했고, 이전엔 외부에서 복원 과정을 볼 수 있게 공개했었다고 하더라.
류큐 왕국의 중심이었지만, 그랬기에 또 세계유산으로서 오키나와 사람들의 상징이기도 한 슈리성의 이야기가 어떻게 또 만들어질지, 기대해야겠다.
슈리성 주변엔 사찰 등 각종 구 건물들의 복원 작업들이 전개되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완성될지도 궁금해진다.
슈리성을 나오고 정보센터인 스이무이칸(레스토랑이 있다! 생각보다 무난!)을 지나면 타마우둔이 있다. 우리로 치면 종묘 같은 공간.

입장료를 받기는 하기에 내기는 하는데, 역사 전공자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가서 보기를 권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은 든다.
사진 기준 왼쪽(서향)은 왕과 왕비의 유골함을 두었고, 가운데는 시신을 안치하던 공간, 오른쪽(동향)은 왕가 일족의 유골함을 둔 공간이라 한다.
각각에 배치된 유골함에 대해 타마우둔 전시관(매표소 지하)에 잘 설명해주고는 있다.
유골함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는데, 왠지 무령왕릉 발굴과 비교되는 느낌도 들었다. 무령왕릉은 급하게 발굴하고 바로 덮었으니까(물론 타마우둔과 비교할 건은 아니긴 하다!)
타마우둔을 보고 나서, 나는 큰 실수를 하게 된다.
상술한 바와 같이 오키뮤까지 버스를 타지 않은 것… 걷는 것과 버스 타는 것이 시간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는다.(오키나와가 시내버스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는 편하지는 않다)
어차피 걷는것, 근처의 사적지로 보이는 곳은 다 가봐야지 했다. 그래서…


이 두개를 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2.5km 걷는거야 얼마든지 걸을 수 있으니까.
다만 오키나와의 1월은 가끔 빗방울 몇개가 내려오고, 겨울바닷바람을 사정없이 갈긴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무시하고 짧은 긴팔티셔츠 하나를 입고 걷는 나는 그야말로 바보 멍청이가 따로 없었을 뿐..
그래도 이를 다 거치고 오키뮤에 도착해서 박물관-미술관 티켓을 구매했다. 상설전, 특별전 각각 모두를 볼 수 있는 원데이 패스가 2,700엔.

박물관 상설전은 오키나와 역사를 자연사-고고학과 함께 설명하고 있었고, 특별전은 오키나와 생물들이 박제된 전시가 전개되고 있었다.
미술관은 ‘베트남 전쟁, 기억의 풍경’ 전시와 ‘전쟁 전’ 전시가 진행중. 각각 생각해볼 점들이 많았다. 베트남 전쟁 과정의 프로파간다적 예술품들이나, 이를 극복한 현재의 예술 작품 등.
나와서 체력 회복을 위해 고기찐빵 하나 먹고 슈가로프 52고지에 갔다. (계단이 꽤 높다! 7층 정도..)
현재 취수장으로 쓰고 있어서 뭐는 없는데, 오키나와에 미군이 밀고들어올 때 고지전으로 고생한 측면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으로 미군의 폭격으로 나하 시내가 전소되었는데 이 때 밀고들어온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 과정에 그나마 남은 민간인 피해가 극심해졌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렇게 큰 일정을 마치고, 오키나와의 오리온 맥주로 유명한 오리온 호텔에 맥주 펍이 있다 해서 찾아갔다.
그러나 하필… 오늘과 내일만 내부 공사로 인해 휴업인 것이 아닌가.

오키나와의 오리온 프리미엄 맥주는 결국 캔맥으로 사먹어봤다. 특이점은 적더라..
(3일 뒤 나하시 돌아오면 그 땐 꼭 시도를!!)
내일부터는 렌터카 여행이다. 오키나와 남부를 돌아 우라소에의 후텐마 비행장까지 돌아보는 경로.
무사한 여행이 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