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6 - 식민제국 일본 여행기 1일차 - 오키나와 나하
25년 여름방학 때 다들 해외 여행을 나간다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더라. 나는 고3 생기부 마감한다고 정신없던 시점에.
너무 싫었다. 왜 나는 일만 하고 있나. 다른 곳도 좀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뭐에 홀린 듯 오키나와행 비행기표를 구매해버렸다.
그러고 돌아오는 표는 타이베이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지금 생각하면 진짜 무슨 생각이었을까 싶긴 하다.
적어도 첫날 이 기록을 남기는 시점엔, 미친짓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혼자서 뭐 그리 길게 여행을 다니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선 말 한마디 잘 안꺼내는 사람이 ^^;;
그러고는 3개월여, 잊고 지냈다. 정신없기도 했고, 중간에 오키나와->가오슝 비행기표 구매만 해 둔 것을 제외하면 진짜 잊고 지냈다.
기억을 되살린 것은 12월을 절반정도 보내는 시점에. 이거 답이 없겠구나 싶었다. 아무런 준비는 안했고, 이제와서 표를 무르기는 말도 안되고.
뭐… 그 덕분에 급하게 준비한 여행. 얼마나 유의미한 경험이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외부의 새로운 경험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억지로 움직여야 해야만 하기도 하고.. ㅎㅎ
개인적으로는 대학 입학 nn주년 기념 여행이 되어버렸다. 나름의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중!
첫날. 인천공항 제1터미널 13:20 인천발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09:19 공항버스를 타고 출발.

평소보다 긴장하며 자서 아침에 일어났던 탓일까, 버스는 타자마자 그대로 기절. 일어나니 영종도로 가는 다리 위였다.
체크인을 완료하고, 비상구 좌석 안내도 받았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적어도 비행기 안에서 불편하지는 말자였기에 좌석에 돈을 아끼질 않았으니까.
출국 수속을 완료하고 라운지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니 딱 13시 5분.

비행기에 들어와 내 자리인 복도 쪽 비상구 좌석에 앉고나서 보니 아니 웬걸, 비상구 창문쪽 좌석에 70대 초로 추정되는 할아버지 할머니 분이 들어오는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긴 한데, 이분들이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나 순간 고민이 들었다. 심지어 할아버지분은 꽤 전형적인 어글리 코리안1.
주변 사람 신경 안쓰고 자기 편한대로만 몸을 움직이시는 것이 일상.
다행이도(?) 비상 좌석이 그렇게 3명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남은 9자리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다른 비상구 좌석으로 옮길 수 있냐 물어보길래, 그럼 내가 비상상황에 반대편에서 대응하겠다고 하고 좌석 옮길 수 있는지를 물어봤다. 할아버지는 ‘어유 어서 저리 가서 앉아요 편하게 갑시다’라고 하더라.
뭐.. 비상구 좌석이 편한 좌석으로 여겨지는 걸 이해야 하지만, 그래도 원칙은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이 먼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편으론 내가 교사라서 안전에 예민한가 싶기도 하고.
뭐 여튼, 바꿔도 된다고 이야기해준 기내승무원 덕분에 자리 바꾸고 편하게는 건너왔다.
(중간에 어느 할아버지 어글리 코리안2가 이륙 전 임의로 빈자리라고 비상구 좌석쪽으로 건너와 앉았다가 승무원에게 쫓겨나기도 ^_^)
오키나와는 일본에서도 워낙 떨어진 공간이라, OkiCa만 교통수단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정보를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마스터카드 애플페이 등등의 카드는 사용 불가로 들렸다. 그래서 OkiCa를 사고 유이레일을 타고 첫날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를 나오니 17시. 저녁이나 먹기 전에 국제거리나 가보자 생각으로 나갔다.
근데 웬걸, 유이레일을 탈 때에도 신용카드 교통카드가 된다고 광고가 나오던데, 일반 버스도 교통카드가 된다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 젠장 아까운 500엔 생각이 들더라. 이런 것 정보는 좀 바로바로 알려졌으면 얼마나 좋나. 굳이 OkiCa 안사도 된다.
국제거리는 서울 신촌이나 합정, 연신내, 이태원 등등에 목포 근대골목거리와 오사카 난바 번화가를 섞어놓은 느낌. 색다른 맛은 적었다.
굳이 색다른 걸 찾으라면 Orion Beer 티셔츠가 여기저기서 팔리고 있던 것 정도.
한 30분 걸었나, 국제거리 2/3는 대략 둘러본 셈이다.
볼것이었다고 한다면, 오키나와 현청 건물이 매력적이었단 것. 그리고 그 앞의 현민광장에서 오키나와사민당 계열 분들이 반전반미집회를 전개중이었단 것.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막상 들어가서 편하게 저녁먹을 공간으로 맘에드는 곳이 없어서 적당히 라면집 찾아 라면 먹고 마무리했다.
그리고 지금 글을 쓰며 오리온 맥주 한 캔 까봤다. 생각보다 맛있네.
오키나와는 관광지로서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관광지. 누군가 타인과 함께 놀러와야 더 흥미로울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1월 초, 다른 선생님 결혼식에서 이를 절절히 느끼는데, 왜 이런 생각을 이제서야 할까. 궁상이다 궁상.
내일은 슈리성 인근과 오키나와 현립박물관. 씻고 나서 좀 더 계획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이것저것 찾아봐야겠다.